둥지님, 오랜만입니다! 에디터 영영이에요. 지난 레터를 전해드린 후,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러 어느새 우리 곁으로 봄이 다가왔는데요. 날씨가 좋아진 덕분에 요즘 저는 따뜻한 햇살 아래에서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힐링하는 시간을 가지곤 해요. 둥지님들도 바쁜 일상 속 잠시라도 ‘틈’을 내어 자기돌봄의 시간을 꼭 가지시길 바라겠습니다.😊 3월은 새 학기가 시작되는 달이기도 하지요. 저희 에디터 셋은 모두 대학교로 진학해 여느 때와 다름없이 각자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중이에요. 새알을 운영한 이후 처음으로 셋이 다른 공간에서 일상을 보내는 것이라 아직 어색하기도 한데요.😅 그럼에도 결코 몸의 거리가 마음의 거리로 이어지지 않도록 저희는 서로 소소한 근황을 공유하기도 하고, 새 공간에서의 어려운 지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며 여전히 좋은 어른에 대한 고민을 함께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알지 못했던 것들을 배워가며 설렘으로 가득해도 모자랄 봄이지만, 사실 삼월의 시작부터 제 머릿속은 꽤 혼란스러웠습니다. 바로 2월의 마지막 날 시작된 ‘미국-이란 전쟁’ 때문인데요.🥷🏻 전쟁 소식을 접하며 저는 큰 무기력함을 느꼈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죽음의 공포 속에 있는데, 나는 그저 책상 앞에 앉아 공부만 하고 있다는 사실이 무지 낯설게 다가왔기 때문이에요. 그때, 제가 하고 있는 공부인 인문학이 과연 세상에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당장의 결과가 아닌 시대의 흐름을 결정하는 일
특히 최근에 저는 제가 수강하고 있는 인문세미나라는 과목에서 ‘인문학의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었는데요. 그때 조 안에서 제가 제기했던 질문이 "과연 인문학, 나아가 학문을 공부하는 일이 세상에 정말 도움이 될까?" 하는 것이었어요. 단편적으로 봤을 때는 같은 행성 안에서 누군가가 물리적으로 죽어가고 있는데, 그들을 두고 말로 논의만 하는 일이 무능하게 느껴졌달까요. 오히려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의료나 전쟁 기술이 사회에 더 실질적으로 이바지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조 안에서 토론할 때도, 교수님께서 인문학의 필요성을 주제로 강의하실 때도 가장 많이 나왔던 이야기가 바로 ‘과정성’에 관한 부분이었어요. 제가 인문학의 기여에 대해 숙고하다 깊은 회의를 느꼈던 지점은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가 도출되지 않는 것이었는데요. 이에 수업 구성원들 모두 이러한 마음에 공감하면서도 인문학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한 문제 해결이 아닌 하나의 사회, 나아가 시대가 어떤 사유를 가지고 움직일지를 결정하는 힘에 있다고 의견을 나눠줬어요.
또 발행을 앞두고 진행된 새알 회의에서도 저의 고민을 함께 나누어봤는데요. 그 중 키키가 해줬던 “인문학은 누군가를 기술적으로 살리는 일은 아니지만 인간의 존엄과 인간다움을 지킬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이라는 말이 저에게 상당히 인상 깊게 남았어요. 실제로 『안네의 일기』 같은 작품을 떠올려보면 더욱 이해가 쉬운 것 같아요. 비록 안네의 일기가 당시 잔인한 홀로코스트 현장에서 사람들을 구해내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 그 기록이 우리에게 전해지며 다시는 그런 끔찍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만들고 있잖아요.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저는 인문학이 즉시 사람들을 살려낼 수 있는 기술은 아니지만, 기록과 흔적으로 작용하며 미래세대의 수많은 사람을 위험으로부터 구해내는 일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문학과 새알이 해야 할 역할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는 레터 제목처럼 인문학이 ‘우리가 가진 슬픔을 반으로 갈라 나누는’ 역할을 한다고 믿어요. 오늘 제가 글을 통해 무기력한 저의 마음을 건넸듯 우리는 읽기-쓰기 행위를 통해 계속해서 서로에게 닿고, 연결되고, 연대하는 존재이잖아요. 읽기와 쓰기는 단순한 정보 교환이 아닌 타인의 경험과 감정을 나 스스로가 재구성하는 과정이기에 서로를 이해하기 가장 좋은 방법이니까요. 이를테면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처럼요. 정형화된 사실이 아니라, 한 편의 서사가 우리에게 남기는 감각이 얼마나 커다란지 우리는 알고 있지요.
저는 새알 역시 읽고 쓰는 과정을 통해 연결되는 공동체로서 인문학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당장 에디터들이 보내는 이 레터 한 통이 사회를 바꾸고 모든 사람이 ‘좋은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끌어내지는 못하겠죠. 하지만 꾸준하게 저희가 전하고 있는 메시지가 앞으로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어른’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에 분명히 작은 영향이라도 미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요. 그리고 레터를 시작할 때부터 그러했듯 여전히 새알이 좋은 어른을 꿈꾸는 사람들을 연결하고, 그들이 혼자 되어 지치지 않고 함께하는 공동체로서 연대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길 바라고 있어요.
둥지님은 요새 어떤 감정을 느끼며 지내고 계신가요? 또 어떤 고민들을 붙들고 계신가요? 늘 둥지님들의 생각을 기다리고 있지만, 이번 레터에서는 그 목소리가 더욱 간절하게 느껴집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연대하는 공동체로 함께 나아가기를 희망하는 새알의 올해 미션은 둥지님들과 함께할 때 가능하기에 정말 하찮은 것 같은 마음도, 거창하지 않은 생각도 편하게 공유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 조각으로 완성될 아름다운 장면을 상상하며 언제나 여기서 여러분의 의견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둥지님! 오늘의 새알, 어땠나요? 많관부 🪺
[많은 관점 부탁해!]
여는 질문 💭
미국-이란 전쟁 소식을 접한 후둥지님의 심정은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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