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살아있고 나아가고 있는 중임을 명백히 느낄 수 있는 요며칠이었습니다. 둥지님, 혼란의 밤은 부디 안녕하셨는지요. 지난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종북과 반국가세력 척결 및 자유대한민국 수호를 명분으로 대한민국 전역에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이에 계엄사령부가 포고령을 발표하고 계엄군이 시내에 동원되는 등 많은 국민들이 기본권을 제한당하고 공포에 떨어야만 했는데요. 아마 실시간으로 뉴스 보시면서 잠에 들지 못하셨던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다행히 12월 4일 1시 1분,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이 의결되어 계엄령은 약 2시간 만에 그 효력을 상실하고 곧이어 4시 26분 대통령실에서도 해제를 발표하며 상황은 완전히 종료되었으나, 계엄령이 우리에게 남기고 간 것들은 여전히 많은 질문들을 던지는 듯합니다. 오늘 새알에서는 청소년들이 바라본 12.3 사태에 대해 생생히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리가 목격한 그 밤은...
늦은 밤, 갑자기 모든 방송이 중단되고 속보가 흘러나오기 시작했어요.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시작했고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순식간에 우리나라 전역에 계엄령이 선포되었고 마치 군사정권 때로 돌아간 것 같은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했지요.. 거리에 돌아다니는 군용차, 국회에 들어가려고 유리창을 깬 계엄군, 화면 너머로 떨고 있다는 게 느껴지는 기자들의 목소리…🪖
여의도 상공에 나타난 헬기 / ⓒ 연합뉴스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정말 이게 21세기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이 말만 몇 번을 반복했는지 몰라요. 당황한 나를 제외한 모든 게 너무도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그 상황이 제게는 점점 공포로 다가왔습니다. 특히 제가 가장 큰 공포를 느꼈던 부분은 계엄군이 국회를 장악하고 보좌진이 이를 제압하려 소화기를 뿌리는 장면이었는데요. 자욱하게 공간을 메운 흰 연기가 자연스럽게 교과서에서나 보던 민주항쟁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었습니다. 항상 텍스트나 영상 등 자료로만 접한 간접경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엄령이 남긴 트라우마가 저희 세대까지도 전해졌음을 강하게 느꼈던 것 같아요. 그 때 저는 인생 처음으로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넘어선 극도의 긴장 상태를 경험했습니다.
보좌진이 소화기를 뿌리는 모습 / 출처: 뉴시스
평온하지만 분주한 일상 🏃
결국 계엄령은 동이 트기 전 해제되었고 우리는 모두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가 아침을 맞았습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등교를 하고 마주한 친구들의 표정은 정말이지 허망하고 황당해보였어요. 할 말도 무척이나 많아보였고요 ㅎㅎ 조금 피곤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끊임없이 현 사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 중에서도 저희 새알 에디터들과 이야기를 나눠준 몇 명의 친구들의 말을 빌려 현재 사태를 바라보는 청소년들의 관점을 전달해볼까 합니다.
(*친구들의 익명성을 보장해주기 위해 귀여운 닉네임을 사용하였습니다.)
🐤 병아리: 대체 이 계엄령 의도가 뭔지를 모르겠어. 정말 그냥 생각이 짧았던 건지, 혹은 지금 대통령에게 놓여진 이슈들이 너무 많으니 그것을 덮기 위함인지. 사실 나는 둘 다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 이건 계엄령이 아니라 반역행위를 일으킨 거야. 대한민국 민주주의 퇴보 현장을 지켜볼 수 있어서 영광이었어^^.
🐵 원숭이: 한국에서 '비상계엄'이라는 단어가 어떤 무게를 가지고 있는지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위 같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야당을 반국가세력으로 지칭하였으니, 앞으로는 대한민국이 더욱 극단적으로 양극화될 거라 생각해.
🐘 코끼리: 사실 기말고사 기간이라 정신 없기도 해. 한 주 뒤에 터졌으면 파장이 더 컸을텐데… 지금은 학생들이 다 시험기간이라 이런 국가의 엄청난 이슈에 관심이 없을 것 같아서 걱정돼. 한편으로는 나조차도 이 상황들을 잠깐 잊고 공부에 집중해야한다는 게 버겁게 느껴지기도 하고.
우리는 청소년이자 시민이라는 이름 아래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소식을 공유하고, 의견을 내며 관심을 가지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계엄령이 선포되자마자 밤을 새어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집회에 다녀온 친구도 있었고, 앞으로 집회에 참여하겠다고 말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학교 내에서 이 일을 알리고자 입장문을 써서 자신의 의견을 밝힌 친구들도 있었지요.
다음은 이우고등학교 정치 자치기구 '건방정'에서 12.3 비상계엄선포 사태에 대해 입장을 밝힌 입장문 전문입니다.
@gunbangzung_
실은 저희는 아직 선거권도 부여받지 못한 청소년들이고 계엄령은 마치 먼 어른들의 싸움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청소년도 어른 못지 않게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청소년들도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 사는 국민들이니까요! 특히 저희 이우고 2학년 학생들은 ‘한국사’ 수업에서 근현대사를 배우고 있던 터라 우리가 학습지 속에서 본 사건을 직접 겪어본다는 것이 당황스러우면서도 역사의 한 기로에 서있다는 느낌을 받게 한 새로운 경험으로 남기도 했고요. 물론 이번 계엄령 선포 사태는 많은 충격과 공포를 안겨주었지만 우리 사회에 핵심적인 질문도 몇 가지 남겨주었지요. 저는 그중 제일은 국가원수에 대한 선거와 투표에 대한 경각심이었다고 생각해요. 만약에 우리가 총선 때 야당 의원석을 많이 확보해두지 않았더라면 계엄령에 이렇게 민첩하게 대처할 수 있었을까요? 더 나아가 만일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을 뽑지 않았더라면..? 이번 계엄령 사태는 왜 투표가 중요하고 투표를 잘해야 하는지 시민의 정치적 권리의 본질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옥의 6시간이 꼭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불안과 공포로 뒤덮인 밤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와 주권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국민이 이 나라의 주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결국 민주주의를 지켜냈고 유혈사태 없이 차분하게 사태를 마무리했으니까요. 계엄령이 선포되자 지체없이 국회로 달려나가 대응한 시민들에게 우리 모두가 빚을 졌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렇지만 우리는 이제부터가 시작임을 압니다. 둥지분들도 잊지 않고 앞으로의 정치계 이슈에 대해서도 한 명의 민주시민으로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꼭 부탁드려요.
나라를 지키는 힘은 우리 안에 있음을 믿습니다. 🏛️
⏰ 오늘의 새알람 ⏰
[소개하고 싶어요]
촛불 행동
대통령 퇴진 요구 시위나 집회 정보를 한 눈에 모아볼 수 있는 촛불행동 카톡 친구, 매일/매주 계획되어 있으니 궁금할 때 찾아보면 좋을 것 같아요!
유난 무브먼트
가장 먼저 발 빠르게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자리를 유난 무브먼트가 마련했어요. 자세한 사항은 유난무브먼트 인스타 (@younan.movement) 를 참고해주세요.
👖 청. 바. 지. 👖
[청소년이 바라보는 지금의 이슈]
에디터 수달 🦦
눈 떠보니 뽀로로 마을?!
첫눈❄️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천천히 흩날리는 진눈깨비, 두근거리는 추억! 그러나 올해의 첫눈은 우리가 기억하는 이 낭만과는 거리가 멀었어요. 저번 주였던 11월 26일부터 11월 29일까지, 수도권을 중심으로 11월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폭설이 내렸습니다. 제가 다니는 고등학교는 목요일에 휴교를 한 뒤, 금요일에도 단축수업으로 수업을 진행했어요. 단축수업 날에는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삽을 들고 학교 제설을 돕기도 했답니다. (물집이 잡힐 정도로 열심히 했어요 😂) 기상 사태로 수업 일정에 변동이 생겼던 적이 처음이라, 그제서야 이번 폭설의 심각성을 느꼈던 것 같아요.
비정상적인 이번 폭설은 바로 ‘바다와 대기의 온도차’ 때문이에요. 저기압이 대륙의 찬 공기를 한반도 쪽으로 끌어왔고, 그 과정에서 온도가 높은 서해 바다와 만나며 강한 눈구름대가 형성된 것이죠. 서해는 평년보다 2도 더 높아졌고요. 즉 해수면 온도 상승 기후위기가 이번 폭설의 원인이라 볼 수 있어요. 한편, 폭설로 인한 피해도 어마어마해요. 특히 평소보다 무거운 눈인 습설이라 건물들이 내려앉거나 나무가 꺾이고, 사람이 다치는 등 인명피해가 있었고, 원주시 53중 추돌사고 등 전국 각지에서 여러 사상사고들이 발생했어요.
저는 눈을 참 좋아해서 며칠간 눈싸움도 열심히 하며 설레했는데, 폭설의 원인과 영향을 마주하니 마음 한켠이 무척 무거워졌어요. 환경에 관심이 많은 한 친구는 동식물들과 지금 자라나고 있는 아이들을 향한 죄책감에 휴교 내내 무기력했다고도 말해주었지요.. 하지만 분명 필요한 감정들이라고 생각해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기후위기로 인한 자연 재해는 더욱 우리의 일상을 위협할테고, 외면하기에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다는 걸 아니까요. 이번 폭설 사태를 겪으며,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청소년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지 고민해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도 첫눈의 낭만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부디 둥지님도 안전한 겨울을 보내시길 바라며, 이상 청바지를 마칩니다!
둥지님! 오늘의 새알, 어땠나요?
[소통창구]
새알은 여러분을 기다리느라 거북목이 되었답니다.🥹 작은 말이라도 좋으니 부디 많은 의견 남겨주세요!